완주군 ▲별나다 ▲이상하다 ▲묘하다. 이 말은 칭찬일 수도 있고 비아냥(거리)이기도 하다. 완주군 볼수록 별나고 묘하고 이상해 간다.
8년간 군수 하면서 달콤하게(?) 해준 임정엽 후보 2016년 4월 13일 20대 총선거에서 떨어뜨렸다. ‘예전 완주군이 아니라 무섭게 확실히 달라졌다’는 사람 있지만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다.
대둔산 서편을 ‘도솔산[兜率山]’이라 부르는데 이 도솔산 자락에 안심사가 있고, 안심사에서 출발 높은 꼭대기에 이르면 200여 자 바위글씨가 있다.
맨 첫 마디가 ‘운제현북…(雲梯縣北…)’으로 시작 그 내용을 살펴보니 벼슬, 사람 이름, 논[畓] 이야기와 숫자가 띄엄띄엄 보이는데 이를 ‘숙정암(淑貞庵) 석각(石刻)’이라 한다.
이 표현은 대둔산안심사사적비명(大芚山安心寺事蹟碑銘)에서 봤으며, 이 글 본지 52 년만에 처음 그 앞에 섰다.
초보자는 ‘지장암(地藏庵)’을 거처 ‘약사암(藥師庵)’에 들려 안내받아야 제대로 찾아간다.
여기부터 흙 한 줌 없어 순 바위만 밟으며 60° 가파른 산꼭대기를 향해 걷는다. 야! 아파트 10층 높이의 기암절벽이다. 한 바퀴 돌 수 있게 우뚝 서있어 ‘독립암(獨立巖)’이란 이름이 걸맞다.
일부 글자(3cm×3cm)는 이끼에 가려졌고 더러는 깎였으나 탁본하면 판독이 가능하겠다. 대둔산(878m) 이 글씨는 조선시대 바위글씨로 완주에서 가장 높은데 있는 작품이다. 호기심은 도전을 불러오는데 고생을 덜 하려면 안내를 꼭 받아야 한다.
2016년 4월 23일 전주문화원 김진돈 사무국장과 김 아무개 박사, 나, 이렇게 3인은 무사히 글씨 앞에 마주 섰다.
순수 민간인으로서는 우리 일행이 처음(?)일 것이며 소중한 학술자료이다. ‘안심사사적비명’는 김석주(金錫胄) 글로 홍계희(洪啓禧)가 썼다. 비바람 맞으며 내려오기 270여년 이제 집을 세워 보호할 시기가 왔다.
절 자료로만 흘겨 볼 게 아니라 투자 가치가 충분한 문화재이다. 중국·한국·일본 세 나라가 한문을 이어 오는데 그 중 우리가 가장 뒤지며 인구도 적다. 여기에 나라가 쪼개져 언제 한판 붙을지 모르는 정국에 휩쓸려간다.
‘한가하게 무슨 문화 타령이냐?’ 이렇게 말하면 이도 또한 묘하고 이상하며 별난 수준에 든다.
6·25전쟁 중 악성(惡性) 무지한 자가 안심사와 운문사를 불 질렀다. 몇 년 전 귀중하기에 일본에서 ‘북관대첩비’를 찾아왔다. 이 정당성을 교훈 삼아야 한다.
고산 사람은 갈수록 묻어버린 거사비 생각날 것이며 발굴하려면 수천만 원 들어야 한다. 이래서 사람 차별이 나온다. 배운 자가 제 구실을 해야 혼란이 사그라진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