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풍속, 풍악, 풍운, 풍월, 풍조…가지가지 바람 많기도 하다. ‘시원한 바람’은 더위에 좋고, ‘바람아! 바람아! 불어라/ 대추야! 대추야! 떨어져라.’ 배고픈 애들 이런 동요를 불렀으며, ‘과부 바람났네!’ 소문나면 온 동네 발칵 뒤집혔다.
엎치락뒤치락할 내년 4월 선거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빚 많은 나라 방방곡곡에 넘쳐나는 축제 판이나, 연휴만 되면 외국 나가 돈 퍽퍽 쓰는 일과, 학교 파하자마자 비호처럼 달려가는 학원행은 결코 좋은 바람일 수 없다.
지도자 덕담이 적고, 야당·여당 퍼붓는 거친 말이 국민의 역풍 맞기 십상이다.
비 실은 구름 바람이 밀어오고, 구름 오면 비 내려 만물이 소생하듯 전주솔빛중학교는 새로운 교육풍토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일요일) 희망 학생을 모아 ‘소풍(逍風)’에 ‘원족(遠足)’을 겸한 주변 ‘둘레길’을 걷는데 ‘선비풍류’·‘화랑도’·‘호연지기(浩然之氣)’를 얘기한다.
걷기에 마을 쏠려 스마트폰 주무를 틈이 없으며, 벌레나 가시나무 앞에서 반작용 재빠르게 몸을 피한다.
재치와 총명이 반짝이는 솔빛중학교는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라며 ‘솔바람학습’, ‘호연지기활동’을 펼쳐 나간다. 교육장과 교육감 듣기 좋은 소식으로 다른 학교도 따라 하기를 바랄 것이기에 전국화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국력이 체력’이라 했으니 몸 튼튼 비만 걱정이 덜어지고, 밥맛이 좋아져 급식 투정 멀어지기 마련이다.
학교 밖에서 쿵덕쿵덕 심장 뛰는 활동은 ‘하나 주고 열을 얻는’ 일급십득(一給十得)의 귀한 체험이다.
▲찾아든 건물 안의 ‘옥중편지를 읽어보고 화보 한 장 얻자’하니 관리인 고개를 젓는다. 교사·학생 돌아서지 말라 잡아당겨야 하는데 융통성이 모자라 ‘감당 능력’의 차이를 들어낸다.
▲밤송이를 살갗에 대보며 ‘좌충우돌 모난 성깔머리가 악성임’을 터득시켰으며 ▲샘물 홈 타고 내려와 마지막 떨어지는 부분의 ‘용의 혓바닥’이 1,100년 전 후백제 견훤·신검 부자 불화로 이어져 결국 나라 망친 이야기까지 나왔다.
▲전주팔경 ‘기린토월(麒麟吐月)’의 현장인 기린봉(172m) 꼭대기에서 백두산대간을 더듬어 봤고 ▲아프리카 키 크고 목 긴 ‘기린(a giraffe)’은 우리나라 기린과 사뭇 다름도 알았으며, 부처·예수 닮은 바위도 대했다.
▲노벨상, 정치 조화, 남북 타협에 훈풍이 불어와야 정상이다. “앞으로 미-중 양국 체제가 분명하다며 ‘한국은 중국과 동맹을 맺어야 유리하다’하니(옌쉐퉁)” 이런 질풍(疾風) 이겨낼 힘의 원천을 찾아야 하는데 그 대안이 바로 번쩍이는 호연지기이다.
자기 몫으로 받은 떡을 어른께 드리는 착한 학생의 고운 마음이 전주산야 가을 단풍보다 더욱 곱더라.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