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자 승암산 꼭대기 날카로운 바위를 ‘규암’이라하며, 전주 남동부 기린봉 근처 바위덩어리는 ‘변성퇴적암’이란다.
‘승암산’이 ‘중바위’. ‘중바위’하면 천주교 성지(聖地)와 성당이 먼저 떠오른다. 천주교계에선 이 산을 ‘치명자산(致命者山)’이라 하는데 이 칭호 트집 잡거나 아니다 하는 사람 없으며, 천주교당 안내책자 사진설명에 ‘중바위’를 ‘마리아 상’ 혹은 ‘예수 모습’이라 했고 이는 보는 각도 따라 다르므로 그럴듯하다.
불교계(절)에서 ‘중 닮아 중바위[僧岩:승암]인데 무슨 소리냐?’ 문제 삼으면 세상 시끄럽고 판사 귀찮을 터인데 이의가 없어 생불들이다.
절 곁의 천주교당 안내 표지판에도 너그럽다. 여느 사람 같으면 어림없는 일로 확실히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자비정신들이다.
동고사(東固寺) 신라 말에 세운 절이란다. 전주를 완고(完固)하게·견고(堅固)하게·공고(鞏固)하게 하려고 동서남북에 ‘단단할 고(固)’자 동고사-남고사(南固寺)-서고사(西固寺)-북고사(北固寺:지금 진북사)를 세워 전주의 안녕과 발전을 빌었다는데 따지고 보면 딱한 사정들이다.
늘 당하고 사니 숨고 도망치며 빌 궁리만 했다는 말이다.
고려 말·조선 초 익주(益州=益山), 우주(紆州), 전주(全州)가 남북으로 나란했는데 가운데 ‘우주’로 익산·전주가 합해졌어야했다.
우주 땅이 오늘날의 ‘봉동-삼례-왕궁’ 만경강이 전주천보다 크고 4방으로 뻗어나갈 자리가 완산(전주)보다 훨씬 넓지 않은가? 전주 산이 가까워 좋았겠지만 지금 보기엔 심히 안타까운 지형구조이다. 국립전주박물관이 문화촌을 후백제 궁성터로 보고 흔적 찾기에 열중한다.
이런 연고로 ‘천년전주’를 말하지만 겨우 36년 이어내리다 견훤 아들 신검과의 불화로 936년 끝장이 났다.
‘기린토월(麒麟吐月)!’ 달 돋는 기린봉을 전주팔경 으뜸으로 쳤다. 시에서는 길을 넓히고 곳곳에 의자와 발판을 놓았으며 밤에 전등불이 밝아 눈 밝고 허리 다리 성하면 오르내리기에 수월한 동산이다.
여기 기린봉 ‘기린(麒麟)’은 아프리카 목 길고 키 큰 기린(a giraffe)과는 아주 달라 호랑이 비슷하다는 풀이이다.
전주가 조선 6부(府:서울, 개성, 평양, 경주, 영흥, 전주)에 들었으나 지금은 뒤로 밀려 시내가 휑하다.
혁신도시에 보낸다던 기금공단을 두고 왜 장난을 치나. 성질도 참! 시원스럽게 하지 못하고 미적거리는 속셈이 얄밉다. 2016년 4월 총선거에서 이런 일 해낼 일꾼을 반드시 뽑아야 한다.
견훤은 운이 나빠 망하고 긴 역사 1,080년인데 그 꼬투리가 아직도 남아 차별이라면 너무 심하지 않나.
성종 6년 5월 이맹현이 ‘전라도 백제 땅이 어쩌고저쩌고…’지방차별을 하던 그 버르장머리가 생각난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