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지리산 몇 번이나 가보았다고 ‘지리산’ 얘기냐?” 당연한 물음이다. 다만 사람마다 “‘지혜[智]·아는[知]것’이 ‘다르[異]니라.’” 지리산이 그 이름대로 감싸 주리라 믿고 한 토막 단상을 쓴다. 2015년 9월 26일(음8월 16일) 지리산 정령치(鄭嶺峙)에서 해돋이를 봤다. 정확하게 06시17분 천왕봉에서 떠오른 해님은 붉은 색이 아니라 분명히 희더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부끄러움을 누르기에 여러 번 큰절을 했다. 나이·종교는 우리끼리의 이야기이고 미미한 존재 당연한 행위 눈물이 났다. 난생 처음이라 아들의 주선이 고맙고 ‘3대 적선해야 보는 장관’이라는 설명에 무릎이 꿇어졌다. 억새 사이에 삼발이 세워 일출을 담는 사진 작가들 대단하다. 해 뜨면 낮 해 지면 밤, 이거야 하늘의 이치이나 해가 떠 ‘살았고’ 해가 저 ‘죽기’도 했으리라. 여수·순천(반란)사건과 6·25전쟁 중 살기 위에 숨어 든 사람들과 총 들고 이를 찾아 나선 군경들이 보기에 서로 다른 태양이었다. 사상·이념이 도대체 무어기에 신령한 산속에서 싸워야했나. 당시의 장정들의 나이에 65년을 더하니 살아 있을 자 많지 않다. 나야 멀어서 총소리 한 번 못 들었지만 천왕봉이 토해내는 햇살 앞에 미안한 맘 눈이 시어 묵념 중 또 눈물이다. 정구현(빨치산)·윤갑수(토벌군) 손을 마주잡고 나누던 2만 희생자 얘기(한국일보: 20 07.10.28)가 떠오른다. 만백성은 지리산 안에서 겸허할 수밖에 없다. S자 급한 경사 내려오는데 뱀사골 바닥이 말라있다. 비가 적어 환한 단풍 아닐 것이란다. 펀펀한 자리 색깔 고운 천막과 고급 승용차로 보아 분명히 젊은이들이다. 부럽다. 노구(老軀) 가본 데가 겨우 육모정·성삼재·노고단뿐인지라 기(氣)가 넘치는 명산이 두렵다. 새벽녘 숙소 마당에서 티이샤쓰 걱정을 하던 식구들의 맘을 정령치에 이르러 제대로 알았다. 기온 차가 크다. 실상사, 백장암, 황산대첩비각을 둘러보고 제자리 남원자연휴양림에 돌아와 받은 조반상이 무척 고맙다. 공사 중인 달빛고속도에서 내려와 우회전을 하니 담양 24번 큰길 ‘메타세콰이아’에 놀랐다. ‘완주대로’ 무궁화 가로수와 비교하는 순간 사람의 궁량을 단번에 알았다. 귀에 익은 ‘햇볕정책’ 찬·반의 대답 아직도 찬반양론이다. 영산 앞에 사람의 지식, 수명, 덩치를 내놓고 보니 한 낱 좁쌀이다. 지리산은 ‘지혜·지식 서로 달라’도 용납하는구나. 하여간 자연과 진리 앞에 겸손해서 지성인이다. 유독 크고 둥근 보름달이 해 뜨기 직전 지는 모습도 장관이었다. 10월이 가기 전에 기약 없이 이별한 이들 주저 말고 만나라. 요새 남학생보다 용감한 여학생의 외침이 ‘정도정행(正道正行)’이면 응원하라.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10: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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