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건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여성도 강하고, 어머니는 더 강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1970년대 중반이었으니 단칸방에 살던 신혼 초였을 것이다.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었던 집안의 빚더미를 헤쳐 나가기 위해 우리는 경영이 어려웠던 독서실을 인수하기로 했다. 아내가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홀로 운영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무리여서 시골에 계신 아버지께 부탁드려 도움을 받기로 했다. 빚더미 가득한 집안에 시집오게 한 것도 모자라 조그마한 다락방이 딸리기는 했지만 단칸방에 시아버지와 같이 살게 했으니 20대 초중반의 아내는 얼마나 어려웠을까? 그렇지만 단 한 번도 얼굴 찡그리지 않고 그 일을 해냈다. 물론 빚도 다 갚았고, 집도 단칸방에서 방2개짜리로 넓힐 수 있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힘든 상황에서도 묵묵히 참고 견뎌낸 아내 덕이다. 아내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이렇게 강한 힘을 가진 여성들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펼쳐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일단 취업 인구만 살펴보더라도 남성은 65.2%지만 여성은 42%에 불과하다. 내용을 보면 더욱더 가관이다. 2011년부터 20대 여성고용율은 남성을 추월했는데 3~40대 여성 고용율은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여성)’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회에 첫 발을 딛는 시점에서 보면 여성의 경제활동은 남성과 거의 대등해졌지만, 결혼과 출산을 거치면서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는 것이 통계에서 나타난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서 사회로 복귀하려는 경단녀의 대부분이 기존의 전공이나 직업에 대한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단순한 업무가 반복되면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자리밖에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지난 2011년에서 2014년까지 경단녀의 고용유지 통계를 보면 50%에 가까운 수가 불과 6개월도 채 일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월평균 임금 또한 104만5천원에 불과했다. 쉽게 말해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려고 엄마들이 재취업에 나섰는데 하는 일과 시간에 비해 임금이 너무 박하니 쉽게 그만두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결혼, 임신 및 출산, 육아, 자녀교육, 가족양육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 둔 경단녀는 약 214만 여명으로 15~54세 기혼여성의 22.4%를 차지한다. 인력부족으로 해외 노동자들까지 들여오고 있는 상황에서 고학력 여성들의 경제 활동 참여는 저성장에 진입한 우리나라 경제를 장기적으로 성장시킬 가장 강력한 동력중의 하나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글로벌 젠더 지표(Global Gender Index)는 경제 활동 참여수준으로 볼 때 세계 116위였다.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은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인 53퍼센트(남성 73퍼센트)였고, 지난 20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선진국 중 가장 큰 39퍼센트에 이른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력단절 현상이 나타난 일본은 우리보다 몇 년 일찍 사회적서비스를 확충했다. ‘마더스 헬로 워크(Mother`s Hello Work)라는 공공직업 안정소를 운영했고, 21세기 직업재단이란 이름의 기관에선 ‘재도전 서포트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재도전 서포트 프로그램은 3단계 서비스를 지원한다. 1단계는 컨설턴트가 개별 상담을 하면서 1회 1시간씩 2번에 나누어 커리어 시트를 적도록 해 자신의 장단점과 지향성 등을 개관적으로 기록하도록 하고, 2단계에서는 장기적인 목표 설정을 통해 체계적인 행동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3단계는 기업에서 3~10일 동안 직장체험 강습을 받도록 했다. 구직자의 편의를 위해 키즈코너, 수유실을 설치하고 취업 준비를 위한 강좌와 세미나를 열었다. 우리나라 여성가족부도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해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대상으로 취업상담, 직업훈련, 인턴십, 취업연계 및 취업 후 사업관리 등 종합적인 취업지원을 하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완주군도 지난봄에 다문화여성, 경력단절여성 등 150여명이 참가한 미니 취업박람회를 열어, 117명 면접에 취업연계 50명이라는 대단히 큰 성과를 발휘했다. ‘완주군여성일자리센터’를 개관해 지역 내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종합 지원하는데 본격적으로 나서 참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이번 완주군 ‘경단녀 새로일자리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여성기업이 활발하게 육성되고, 경력이 단절되었던 여성들의 일자리도 눈에 띄게 늘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결혼, 출산과 육아, 교육 등의 문제로 아까운 여성인재들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의 체계적인 지원책이 정책으로 나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 유희태 = 前기업은행부행장
최종편집: 2025-06-24 09: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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