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도 마을이 될 수 있다’ 이런 참신한 생각으로 시작한 완주군의‘살맛나는 아파트 르네상스’사업은 이웃끼리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지내는 삭막한 아파트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르네상스의 근본정신은 인문주의, 즉 휴머니즘이다. 인간이 지니는 가치, 즉 인간의 창조성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것들을 존중하는 생각이다. 완주군의 아파트 르네상스사업은 아파트라는 거대한 괴물에 파묻혀 버렸던 사람중심의 공동체 문화를 회복하는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사업 공모를 통해 선정된 39가지의 다양한 아파트 르네상스 사업은 첫째 커뮤니티 공간 만들기와 둘째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으로 대별된다. 이 사업을 통해서 세대 간, 이웃 간의 두꺼운 벽을 허물고, 서로서로 진정한 의미의 이웃사촌이 되어 교류하는 희망의 싹을 틔워나간다는 생각이다.
먼저 커뮤니티 공간 만들기는‘입주민에 의한, 입주민을 위한’공간 만들기이다. 이 커뮤니티 공간은 시설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 공간에서 입주민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입주민의 필요에 맞게 공간을 구성하여 “우리 아파트가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 아파트 주민들이 이전보다는 조금 더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소통의 공간, 협동의 공간, 입주민이 주인 되는 공간’이 형성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으로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은 입주자대표회의, 공동체 활성화 단체, 관리주체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여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연령별, 계층별 입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사업을 구체화하는 작업들이 필요하다. 행정에서 미리 정해서 이루어지는 사업이 아니다.
주민화합행사, 취미·건강, 문화강좌, 공동육아, 도시농업, 자원봉사, 교육, 복지, 관리비 절감, 소득사업과 일자리 창출 등 입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려는 공동체 활성화 사업들이 출발했다. 시작의 돛을 올린 몇몇 아파트가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용진 대영아파트는 사업 초기부터 입주민들이 똘똘 뭉쳐 공동체 활성화 단체를 결성하여 아파트 소식지와 아파트 옆 주민공동 텃밭을 주민들에게 분양하고 주민사랑방까지 문을 열었다. 주민사랑방은 주민들이 모여 소통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주민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봉동 주공2차 아파트는 완주 유아·유소년 블루버드 축구단을 창단하였다. 축구단은 비단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주변 마을에 거주하는 유아 및 유소년들이 축구를 통해 서로 교류하면서 꿈을 키울 수 있다.
이 사업은 완주군 아파트 르네상스 사업과 주택관리공단 꿈나무 축구단 사업이 만나 그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 창단식 행사에서는 봉동 1차 아파트에 거주하는 다문화 가정이 준비한 각 나라별 음식 나눔 프로그램도 함께 하여 행사를 빛내주었다.
봉동 벽산e-솔렌스힐 아파트 역시 입주민, 입주민대표회의, 관리주체가 삼위일체 되어 공동체 활성화 단체를 구성하여 일상생활에 지친 엄마들이 모여 서로 소통하는‘북카페’를 열었다. ‘수공예로 힐링하기’프로그램을 준비하였고 야간 강좌까지 개설하여 직장 여성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다.
이렇듯 아파트 르네상스 사업은 공장에서 물건을 찍듯이 쉽게 나오거나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파트에 이미 있던 것을 입주민들이‘이어가면서 만드는’서로 조직하고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게 바로 아파트 르네상스 사업의 핵심 가치인 훈훈한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복원시키는 입주민 중심 공동체 만들기다.
완주군은 민선 6기 들어서 아파트 르네상스 사업 활성화를 위해 ‘공동주택관리 조례’를 개정하였고, 공용시설물 유지보수 중심으로 되어있었던 주택정책에 공동체 활성화 개념을 추가로 도입하였다.
또한 이번 아파트 르네상스 사업은 앞으로 삼례, 봉동, 용진, 이서, 상관, 고산 등 6개 읍·면에 있는 41개 아파트 단지와 아파트 주민 14,682세대가 만족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우아한 마을 프로젝트(우리 아파트도 한번 마을 만들기)’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양한 공동체 활동이 일어나는 아파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파트 르네상스만이 만병통치는 아니다. 하지만 아파트가 당면한 복잡하고 많은 문제들을 입주민들이 주체적으로 풀어가는 현실적 대안이며 아파트 거주 문화에 대한 가온누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완주군은 마을기업과 마을 만들기 그리고 로컬푸드를 통해 농촌공동체의 모범적인 답을 내놓았다. 이제 완주군의 아파트 르네상스는 도시공동체 사업의 멋진 길을 열고 해답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 유대근 = 완주공동체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