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편에서는 두 외할아버지. ‘친(親)외조부’와 남편 ‘외할아버지’가 있다. 요새 한 가장 존비속 할아버지는 고사하고 시부모 모시기도 꺼리는(어렵다는) 세상인데 시집 와 외할아버지를 극진하게 모신 여인 있다. 한 개인의 치하가 아니라 한국 가정사에서 거룩한 여인들의 빼어난 감수(甘受)정신을 우러러 보자는 얘기이다. 1960년대 점잖은 양가 혼담과정에서 굳이 묻고 따지지 않았으며, 깊은 설명 없이 서로 믿고 혼인했다. 시어머니는 아들 없는 친정아버지를 모시고 살다 며느리를 맞는다. 새댁 입장에서 이 어른은 남편 외할아버지이다. 밥상차려 사랑채에 올리는 일이야 별거 아니나 문제는 가난이었다. 땔감 아껴 때야하고 바지런해도 소출 적어 빚 벗을 묘수 없이 정부대여양곡 먹으며 살았다. 요새 젊은 층이 보기엔 외할아버지 군식구일 것이다. 그러나 이 여인 그런 얄팍한 생각 추호도 없이 봉양하는데 올린 밥상 동태국 국물만 자시고 토막을 그냥 내보내신다. 할아버지 속내 ‘손자며느리 먹으라’는 배려였다. 외손부 이 뜻을 알고부터 가시를 발라 살을 으깨어 드렸다. 이러하니 외할아버지 고마워 양(養)며느리 집에 가 그 기특함을 자랑하였다. 언젠가 외가에 가니 마을 여인들이 몰려와 ‘바로 그 새댁이냐?’며 탄복한다. 8년을 모셨다. “할아버지! 밥 남기시지 마시고 다 잡수세요. 빚 갚고 논도 샀어요.”하니 “그렁게 말이다. 허리띠 졸라매고 산 게 너 아니냐?” 초상 때 꼬박 3일 밤 눈 붙이지 않고 출상 준비를 했다. 이게 여자의 일생이다. 본인 늙어 어언 80살, 이빨 상하고 허리 다리 어깨 아프다. 시집오기 전 ‘할아버지 할머니 모시는 친정어머님’을 보았다는 것이다. ‘노인봉양 따지고 자시(自恃)고 할 일이 아니라 당연지사’란다. 그러면서도 하는 말 노인들 늙어 힘들면 요양원에 가야하고 더 중요한 건 ‘나이 욕심 버리라’는 것이다. 키위 5개에 6,000원 꿀꺽 먹지 않고 가게에 가 물러왔다. 내일 온다는 작은아들 위해 부엌에서 떠그럭거린다. 《시경》에 ‘작약지증(芍藥之贈)’이란 말이 있으니 내년 작약 피는 계절 오면 남성네들 모두 나서서 여인들에게 작약 꽃을 보내자. 화원은 전통풍속 미리 알고 대비하라. 유통업체는 마케이팅 전략을 짜 두어라. 보답하면 복이 더 온다. ‘천보지이복(天報之以福)!’ 초복 대접도 하라.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09: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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