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천하지대본’ 이 말 흉내 내는 게 아니다.
서신동 거리에 나서면 아기 머리통만한 양파를 비롯해 마늘, 오이, 참외, 상추, 미나리, 청양고추, 방울토마토, 수박, 딸기, 갓, 파, 대파, 시금치, 깻잎…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농민들 1년 내내 쉴 새 없이 가꾸고 돌봐 만들어낸 육신 같은 작물[작품]들이다. 퇴비마련, 비닐지붕, 물주고, 온도조절 솎고, 수분(受粉)하고, 키우고, 제 때 따고, 고르고, 포장하여 실어다 시장에 냈다. 허리, 다리, 어깨, 팔, 무릎, 오금, 손톱, 발톱, 손가락 얼마나 아플까.
노점상 토란을 깎고 있다. 검은 얼굴 주름졌다. 농산물 땅아 꺼저라고 깔려있다. 값이라도 물어보기를 바라지만 사람들 무심하게 지나간다. 2,000~5,000원이면 한 보따리를 사는데.
상인들 평생 6,000원짜리 차 한 잔 선뜻 못 마셨고 막걸리 한 병에 1천원 얼른 사들지 못하며 기본요금 2,800원보다 더 나올까 봐 저 만큼 걸어가 택시 탄다.
세내[三川]언덕, 덕진구청 앞 벚꽃 구경 못했고 목련, 진달래, 개나리, 싸리꽃, 배추꽃, 수선화, 꽃잔디, 민들레 바라볼 틈 없었다.
지나가는 자동차가 내뿜는 연기와 짙은 황사 걱정 놓은 지 오래이다.
농민과 소상인 모두 우리 겨레 한글 알고 우리말 함께 쓰며 설 추석 지키는 이웃들이다.
외람된 말씀이나 신문사 편집부에선 신문지 반등분(半等分)해 윗단에는 소시민 이야기 먼저 싣고 중간 이하에 소위 잘 나가는 관리, 정치인, 사업가 얘기 쓰면 어떨까.
자살한 기업인의 큰돈 받았다는 정치인(본인들 부인)과 뱃살 두터운 관리들 추하게 보인다. 신문기사 자리바꿈이 개선 아닐까.
24시간 철야 근무 편의점 알바생이 전기료를 걱정한다.
아침 일찍 쑥갓 1,000원어치를 사도 고맙다는 인사이다. 농민들 웬만한 것 다 내려놓았으니 지난 3월 당선된 농협장은 초심 지킬 것이며, 7월 초하루 취임 1년 되는 지자체장과 의원들 인사 솜씨 익혀야 한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다. ‘백무일취(百無一取:백가지 가운데 취할 게 하나 없다)’란 말이 나오지 않게 하라.
평소 농민들 희망이라면 ‘십풍오우(十風五雨:열흘에 바람 한 번, 5일에 비 한 차례)’ 날씨 순조롭기만을 기다린다.
꽃뿐이고 열매 없음을 ‘화이부실(華而不實)’이라 하며 이는 곧 ‘겉만 화려하고 실속 없이 공허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관리와 의원들 국민 속마음 잘 모겠다고 했지? 만나 보면 안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