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고산을 한자로 ‘高山’이라 쓰고 ‘산이 높다’, ‘높은 산’이라 풀이한다.
‘높은 산’하면 ‘큰 산’이란 뜻도 지녔는데 ‘노령산맥’ ‘금남정맥’이라 해서 이리저리 뻗어 내린 산악지대라 ‘작은 산’이란 개념이 낯설지만 희한하게도 매우 작은 산이 오산리에 있다.
오산리는 오산, 동봉, 신당 세 마을로 되어 있고 오산은 ‘오메’가 본명이다.
다른 이름 ‘유봉(留鳳)’이야 있지만, 여기 ‘오메(뫼)’를 ‘오산(鰲山)’, ‘오산(鼇山)’, ‘오산(螯 山)’이라 표기했다. ‘자라 산’, ‘가재 산’이란 뜻이다.
여기 鰲(오:자라), 鼇(오:자라), 螯(오:가재) 세 글자 모두 획이 어려워 어느 땐가 쉬운 글자 ‘다섯 오(五)’로 바꿔 오산(五山)이라 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고산에서 가장 작은 ‘오산’이 제방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지만 그럴듯한 전설이 있다.
△이 산 꼭대기 욕심나는 명당 혈에 묘를 쓰면 부정 타 가뭄이 들어 당장 여론이 나빠지고, 결국 이를 안 부녀자들이 묘를 파헤치면 비가 내려서 성산으로 모셨다.
△왜 ‘자라산’, ‘가재산’일까. “운용리 용이 꼬랑댕이로 쌍바위를 치자 쪼개져 물에 떠닐러 오는디 거북인 줄 알았단디아. 떠내려 오던 산이 걸린디가 바로 지금 그 자리란 말이랑께. 그래서 ‘자라 오’자를 붙여 오산이라 하지 않았당까” 이 말이 떨어지자 그 곁의 여인 “저 위서 산이 떠밀러 오는 디 마츰 가재발에 걸려 멈춰버리자 학자님이 ‘가재 오’자 “ 螯山(오산)”이라 했다는 말 호랭이 댐배 먹을 때 들었당께” 방언은 방언대로 구수하고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웃긴다.
서울 남산 생김새가 누에머리 같다 해서 ‘잠두봉(蠶頭峰)’이었단다.
이 남산의 풍수를 왕성케 하기 위해 누에머리가 내려다보는 강남 땅에 뽕나무를 많이 심었고 지금 아파트가 많이 들어선 ‘잠실(蠶室)’은 이래서 얻은 풍수지명이란다.
지금 ‘고산’ 이름 예전에 ‘고산(孤山)’ 기록이 있는데, “외로운 산”이란 뜻임으로 ‘고산(高山)’ 아주 잘 고친 이름이다.
큰 산 있으면 작은 산 있고, 높은 산 있으면 낮은 산 있다. 높거나, 낮거나, 크거나, 작거나 산은 산이다.
고산 사람 고상(高尙), 고결(高潔), 고매(高邁), 고귀(高貴)하게 살아가야한다. ‘사인봉(舍人峰)’에서 ‘사인(舍人)’을 파자(破字)하면 ‘인(人)+길(吉)+인(人)’, 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 좋게 지내라”는 뜻이다. 사인봉이 고산 정신이다.
백도리와 봉산리에 숨은 문화재가 있어 고산 아직 쓸 만 한 곳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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