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거부로 소문난 어느 최고경영자(CEO)가 사업부장들과 점심을 같이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각자 스테이크에 맥주 두어 잔을 주문하였고, 담소를 나누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식사를 마친 CEO는 비서에게 스테이크 요리사가 누구인지 알아봐 달라고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비서는 내심 CEO가 스테이크의 절반 이상을 남겼기 때문에 거북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상기된 표정으로 요리사가 다가왔다. 요리사 역시 자신을 부른 CEO가 매우 중요한 고객임을 알고 있었기에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실례지만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 말씀해 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이에 CEO는 “보시다시피 난 절반밖에 먹지 못했어요. 맛이 없어서 남긴 것이 아닙니다. 단지 내 나이가 80을 넘었기 때문에 적게 먹는 중입니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다. 성공한 CEO 중 다수는 대중으로부터 시샘 어린 시선을 받거나 심지어 탐욕스러운 인물로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마쓰시타는 일본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을 받았다. 19세기 말에 태어난 마쓰시타는 가난과 굶주림으로 점철된 젊은 시절을 보냈다. 1917년 마쓰시타전기를 창업할 때 그가 가진 것은 초등학교 4년 중퇴의 학력과 100엔의 자본금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의 탁월한 경영능력에 힘입어 회사는 반세기 만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신화를 창조한다. 마쓰시타를 연구한 동서양의 수십 종의 서적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너무나 평범하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CEO에게서 발견되는 독특한 능력을 좀처럼 찾을 수 없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독단적인 카리스마, 월트디즈니의 창의성, IBM 루 거스너의 논리적인 설득력, 인텔 앤디 그로브의 치밀함 등을 찾기 어렵다. 젊은 시절의 마쓰시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평범하고 병약했던 그가 거둔 성공을 결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쓰시타의 강점은 바로 그 평범함에 있었다. 마쓰시타는 CEO로서는 특이하게 겸손을 최고의 경영자 덕목으로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CEO 최고의 덕목으로 손꼽는 경영 노하우나 리더십 이상으로 겸손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겸손한 사람은 대체로 사리분별이 정확하고, 설사 틀린 경우에도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하는 미덕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쓰시타는 상대방의 서열이나 지위에 상관없이 항상 공손하게 대하고 자신을 낮추었다. 서열을 중시하는 일본에서는 결코 흔치 않은 일이다. 만일 마쓰시타의 인생목표가 명성과 부(富)였다면, 이미 1970년에 하버드 경영대학원으로부터 ‘경영의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 최고의 부를 성취한 자신에 대한 자부심으로 대단한 위세를 부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마쓰시타는 CEO를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순례자’와 유사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말년의 마쓰시타의 삶은 전통적인 은퇴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골프를 치지 않았고 오랜 여행을 떠나지도 않았다. 대신 본인이 설립한 ‘번영을 통한 평화와 행복연구소’에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연구했다. 70세가 넘은 고령에도 매일 연구원들과 직접 토론하고 글을 썼다. 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인류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담담한 심정을 술회하였다. 최근 한국 기업들도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는 것 같다. 기업도 사람처럼 윤리를 도외시한 채 이윤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른바 ‘윤리경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윤리경영에 필요한 CEO와 리더의 덕목은 과연 무엇일까? /호산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김정호
최종편집: 2025-08-13 10: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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