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혁신도시 한 번 가봐라. 여기저기 모두 새로운 것뿐이다. 어디가 어딘지 시장·군수·면장·구청장·해당동장 외 이장·일반 주민 경계선 아무도 모른다. 틀못길, 안전로, 오공로, 중동로… 표지판이야 있어 이름은 생길 뿐이지 시작과 끝을 모르겠다. 온빛중, 양현고가 있고, ‘농(農)’자 들어간 기관이 많다. 보는 것마다 신묘하다. 거리가 휑한 이유는 여러 가지 줄을 땅속에 묻어 전기·전신주가 없다. 신생도시 모두를 제대로 익히려면 3년 이상 살아도 장담하기 어렵겠다. 도둑 막는 파출소가 있고, 병원·은행·농업협동조합은 성업 중이며 배고픈 공화국도 아닌데 음식점은 너무 많다. 옮겨 심은 50년생 소나무 여러 주 몸살도 없이 푸르며 노인들 쉴 정자와 속삭이며 거닐 공원이 넓다랐다. 틀못에 배 띄우면 좋겠고 황방산 관통로 터널만 뚫으면 이곳 왕래가 지척지간이겠다. 시내버스 71번, 72번 전주대 앞에서 환승하면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자본주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관에서 허가만 내주면 제돈 들여 밤낮 없이 쌓고 올려 덩실한 건축물이 하늘을 찌른다. 빌딩도 마찬가지이다. 부동산업자 이리저리 말만 거들면 수억 원이 왔다 갔다 한다. 1970년대 초를 기준으로 송천동, 아중리, 평화동, 삼천동, 효자동, 서신동, 중화산동으로 엄청나게 생활권이 늘더니 황방산 너머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상권도 요동치고 있다. 도시건설로 지명풀이가 그럴 듯하다. ‘조촌면(助村面)’은 “돕는 마을”, ‘만상리(萬成里)’는 “만 가지가 이뤄진 마을”, ‘장동리(長洞里)’는 “큰 마을” 옛날부터 암시한 문자대로 되었다며 반긴다. 개발 과정에서 여러 얘기가 뒤따른다. 황방산 바로 동쪽이 마전(馬田)이라고도 한다. 여기 살았던 이문정(李文挺) 묘가 이서면 이성동에 있는데 개발 바람에 전설이 드러났다. “이서면은 원래 바다였고, 여기에 우뚝한 곳이 ‘걸치기 재’란다. 이 재에 배를 매어 두고 이문정 묘를 썼다”는 것이다. 황방산 꼭대기에 전망대를 짓는 경우 그 이름 ‘황강루(黃崗樓)’라 하면 지세와 딱 맞아 떨어지는 명칭이다. 문학대는 700년 전 이문정이 세운 전주 최고(最古)의 정자이고 ‘황강(黃崗)’은 이문정 호이며 여기 ‘황’은 가운데라는 뜻이다. 강은 ‘산’이니 ‘가운데 산’ 즉 지향지세 역사와 일치한다. ‘황강류(黃崗樓)!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09: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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