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노인들 30~40여년 전만해도 먹고 마시며 펄펄 날았으나 이젠 눈 침침, 귀 먹먹, 이빨 부실, 얼굴 쭈글쭈글 오는 노쇠 막을 길이 없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는 부녀자들 팔 걷고 경친사상을 발휘, 격에 맞춰 밥 대접을 하니 이를 본 여야 당대표나 대통령 입후보자까지도 앞치마 두르고 거들면 노인들 격세지감 기(氣)가 솟는다.
다만 이 기가 한 쪽으로 잘 못 튕겨 일을 키우면 노추이다. 입 떼기 어려워 말 않는 게 추세인데 마침 이와 아주 다른 노인의 값진 덕행을 보았다.
전주ㅈ교회가 혁신도시에 성전을 신축 중이다. 5월이면 노인들 모시고 바깥나들이를 해마다 하는데 “관광버스 2대, 점심, 간식 값을 합하면 줄잡아도 250여만원인데 행사 취소하고 이 돈 건축비에 보태라”는 엄친네의 명(?)이 내렸다.
여성들은 진안 청정지대 쑥을 여러 포대 캐다 떡을 해 팔았으며, ‘살찌는 ㅎ,ㅅ,ㅈ[상품명]식품 안 먹고 그 돈 내겠다’는 학생이 있다.
새 성전 십자가에 불 밝혀지기 전엔 외국여행 접었다’는 허한 맘 바로 잡은 장년들의 선언이 기쁨이 되어 목사 장로 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전주ㅇ씨 어느 집안 책 한 권 내는데 모난 자손 이리 찢고 저리 꼬아 할아버지 위상에 먹칠하는 철부지 꼴불견과 비교하면 고전에 나오는 ‘내열원래(內悅遠來:안에서 기쁘면 멀리서 온다)’ 긴 설명 없이 가슴에 꽂힌다.
신도 모으는 전도활동에 쌀쌀하고 진심이 엉성하면 누가 나올까.
제 할아버지 휘 ‘경(瓊)’자도 잘못 쓰며 투정부리면 그 책 뉘 읽으랴. 겸손이 단체와 집안을 융성케 한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은 용기와 가능성을 보여 주는 할아버지의 교훈이다.
외부사람 입당예배 언제냐 물으며 성원한다. 설립 역사 68년 화재 등 시련이야 있었지만 《50년사》를 냈고 지교회를 세웠다.
설교의 핵심은 ‘희생’이더라. 양보와 봉사가 신약 423페이지 안에 죄다 들었고 자기 대에 교회 세우며 집안에서 책 내면 이게 시운이다.
홍해 기적 시비 않고 예수 앞에 좁쌀이란 생각만 있어도 된 사람이다.
밟혀도 좋으니 새 성전 너른 현관 바닥에 이름 석 자 새겨진다면 이 자체가 영광이다. ㅇ씨네 책 어딘가에 말 거친 오기(傲氣) 이름자 박히면 혼례식장에 조화(弔花) 들여놓는 꼴이 된다.
‘성스러운 큰 일 앞에 조용히만 있어도 도와주는 일……’ 경험 많은 ㅈ권사의 말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