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공장이 있고, 공장위에는 천연 잔디로 덮여진 축구장을 갖춘 회사.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 같은 회사가 머지않아 눈앞에 펼쳐진다. 놀라운 것은 먼 나라가 아닌 바로 완주군이라는 사실이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지중형 공장에 도전하는 기업은 굴지의 대기업이 아닌 전북 완주군 봉동읍 완주산단8로 87번지에 소재한 (주)이엠테크.
올해 나이 서른 일곱 살인 허병호 사장이 이끌어 가고 있는 작은 회사다. ‘도전없는 성공은 없다’라는 명언이 있다. 완주군에 끊임없는 도전으로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젊은 기업인 허병호 사장을 만나본다.
고향이 진안인 허 사장은 1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사업가의 꿈을 꿨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전주로 나와 여동생과 자취하면서 전주 남초와 전주남중을 졸업한 뒤 해성고에 입학했다.
해성고 2학년 때 운수업을 하던 부친의 교통사고에다 설상가상 모친이 병원에 입원하는 악재까지 겹쳐 결국 학교를 중도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곧바로 광주에서 서비스 계통에서 일을 하다 다시 전주로 올라와 제관공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의 나이 19살 때의 일이다.
이후 그는 검정고시 합격 후 군에 입대, 제대 하자마자 입대 전 다니던 회사에 들어가 철판을 자르고, 접고, 용접하는 일을 했다.
2004년 어느 날, 설계를 하고 싶은 욕심에 그는 전주비전대학 건축학과에 입학, 무서우리만큼 공부에 몰입한 결과, 건축기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공모전에도 참가, 건축문화상 등 건축과 관련된 상들을 휩쓸기도 했다.
“제가 구조 역학을 좋아하는데 수로 환산이 되니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 무렵 캐드(CAD,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방법)를 병행, 팀장으로 나로호 우주센터에서 건축 공사에 참여하는 행운도 얻었다.
그렇게 주경야독을 하며 모은 2400만원을 가지고 지난 2009년 (주)이엠테크를 창업했다. 첫해 4억, 이듬해 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세금 등으로 인해 남는 것이 없을 정도로 회사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독일 하노버 전시를 통해 10억원이 넘는 고가의 레이저 가공 장비를 사들인 후 매출이 27억원, 40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영업이익도 덩달아 늘어났다.
“제가 직접 캐드하고, 직원 한 두 명과 1년 반 동안 공장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주)셈에너지도 주택사업을 통해 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사업은 일취월장했다.
사업 확장의 욕심도 생겼다. 그는 완주테크노밸리 5300여평을 26억에 사들여 현재 국내 최초 지중형 공장을 짓고 있다.
“일본에 있는 야마자키 마작이라는 회사에 4번 갔다가 모티브를 얻어 공장을 짓게 됐어요.”
허 사장이 짓고 있는 지중형 공장은 땅을 7m 파낸 다음 높이 14m의 공장 등 건축물을 지은 후 성토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표면에서 7m 아래로 내려가면 온도가 1년 내내 20~23도를 유지해 온도나 습도에 민감한 레이저 가공기의 오작동을 막고, 생산도 극대화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장점이 있단다.
실제 지중형 공장에는 아시아에서는 최고 길이를 자랑하는 15억원 상당의 레이저 가공기가 들어갈 예정인데, 이 가공기 역시 센서가 많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저는 지중형 공장을 통해 새로운 기업문화, 생산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서로가 만족하며 일하는 공간 말이죠.”
단순히 공장에서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즐기면서 함께 직원들과 공유하고 싶은 게 그가 꿈꾸는 회사다.
(주)이엠테크 외에 (주)셈에너지와 (유)씨에이건설 등 2개의 가족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허병호 대표.
파이프레이저 가공업과 태양광 모듈 생산 및 판매업, 신재생에너지 구조물 설계 및 제작을 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게 그로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결국 그의 사업의 최종 목적지는 ‘사람’이었다.
“첨단장비와 근로자가 최고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크린 생산 공간을 구축하고, 증설된 설비를 제어할 수 있는 고급 인적자원 확보, 늘어나는 근로자와 첨단 에코공장에 걸맞는 최상급 근로시설 및 복지시설을 갖추는 것입니다. 또 지역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전북공단산업의 랜드마크적 역할은 물론 나아가 미래 공장건설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허병호 사장의 회사 비전을 끝으로 탐방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