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따라 다르지만 제집 번지나 주민등록번호, 아파트 동호수를 잊어버리는 경우와 ‘시어머니 성도 모른다.’는 우수개 소리가 있다. 가급적 잊지 않고 잃어버리지 않는 게 좋다. 잃은 나라 대한제국 35년만에 되찾아 대한민국이 열렸다. 잃으면 찾아야 한다. 그런데 지난 80년이 감감하고, 600년이 흐르자 까맣게 잊어버린 우리고장 이름이 ‘우주(紆州)’이다. 봉동·삼례·왕궁은 잘 안다. 여기가 바로 ‘우주골’이었다. 전주 익산 사이 풍요로운 고장이 ‘우주’였다. 이런 ‘우주’를 정치인, 기업인, 학생, 산업전사, 남녀노소 시나브로 망각한 채 모로 뛰고 가로 뛰며 살아간다. 남의 것 탈취야 나쁘지만 제 것 잊고 잃고 그냥 지나치면 문제 인물이다. 우리고장 ‘우주’ 이야기 《完州郡史(완주군사:186∼187면)》를 비롯하여 《이리시사》, 《익산군지》, 《조선왕조실록》, 《신증동국여지승람》, 《우주황씨 족보》에 상세하다. 우주 이름 통일신라에서 비롯하여 고려 내내 사용했다. 조선 초 개국원종공신에 공조전서 증영의정 황거중(黃居中)의 고향 아닌가? 우주를 본관(本貫)으로 한 10여 성족수가 200만인은 될 것이다. 1935년 ‘우동면(紆東面)·우서면(紆西面)·우북면(紆北面)’을 기억하는 공무원, 정치인, 교육자, 식자 몇이나 될까. ▲紆東(우동)이 ‘봉동’ ▲우서(紆西)는 ‘삼례’ ▲紆北(우북)이 ‘왕궁’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면 이것도 사건(事件) 사고(事故)에 든다. 주민은 물론 공직자나 선출직, 여기에 큰 꿈을 꾸는 자는 향토사를 대강이라도 알아야 ‘보통 사람’ 소리를 듣는다. 인천 ‘제물포’, 군산 ‘진포’, 전주 ‘완산’, 서울 ‘한성’, 개성 ‘개경’, 대전 ‘한밭’, 남원 ‘용성’, 광주 ‘서석’, 부산 ‘동래’, 제주 ‘탐라’ 등등 다들 챙겨 쓰는데 유독 완주만은 잃은 것 찾으려 하지 않고, 잊어버리고도 태연하니 ‘으뜸 도시’ 열 번 만들면 무엇하랴. 시운(時運)이란 게 있다. 문·사·철(文史哲)을 알고 나가야 시운이 따르는 법이다. 얼마 전 모 시장은 계단을 요청하는 편지 한 장에 10여m 돌다리[石橋]를 놓아 주어 새벽 장꾼들의 찬사를 듣는다. ‘문·사·철’ 아버지 얘기까지 나온다. 지방에 봉사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일수록 상식에서부터 접근해야 금상첨화 표가 모아진다. 기안자나 심의하는 사람들 계산(計算) 속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역사를 알아야 명관이 된다. 학교, 면사무소에 지방 사람 거의 없으니 대화가 어렵다. 초등학교 학생 줄어 문 닫기 직전이고 진학 밖으로 나가니 무주공산에 외지인 타관이라 모르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는 도대체 누가 고민해야 하나. ‘우주’ 이 이름 떳떳하게 한 번 살려 써보자. 이게 애향심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1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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