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에 다니는 얼굴이라 2015년 3월 16일 오후 한 시 만나자는 아무개의 부탁 그리 반갑지 않았으나 차마 거절을 못하고 험산계곡 묘 찾기[尋墓(심묘)]에 나섰다. 한참 오르니 땀이 나 앞자락을 열어 제치고 바윗돌 가랑잎을 밟으며 빽빽한 숲속 고도 300여m 쯤에 이르니 넘어진 빗돌 하나가 있어 뒤집어보았다. ‘居昌昌氏之墓(거창창씨지묘)’이다. 파묘한 봉분으로 알았던 2기의 무덤은 멧돼지의 소행이었다. 뒷면엔 “墓在縣東 石潭壬坐丙向之原 有四男長益聖 次則載於先人之墓 更不盡書 丙申五月立 辛丑八月 改葬于 山川同艮坐申向之原(묘재 현동석담 임좌병향지원 유사남 장성익 차즉선인지묘 경부진서 병신오월입 신축팔월 개장우 산천 동간좌신향지원)” 이 글이 전부이다. 유일한 字(자) 益成(익성)은 족보 기록과 같고 어머니는 ‘居昌愼氏(거창신씨)’인데 비문 ‘창씨’가 이상하여 를 펼쳐보니 거창 본관은 葛甘李史愼劉章(갈, 감, 이, 사, 신, 유, 장) 7성뿐이고 다른 기록에도 ‘창씨’는 없다. 실수냐 심술이냐, 오자냐 오류냐, 무얼 몰라서 뒤바뀐 것이냐…잘 쓴 해서체다. 이게 바르다면 새로운 성씨 하나 등장하는 판이다. 자손, 필자, 석공, 일꾼들 여럿이 일했는데 ‘거창신씨’를 ‘거창창씨’, 오류치고는 너무 기묘해 역사박물관에 두고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말에 오발(誤發)있고 글씨에 오자 있지만 면각 큰 글자 정녕 맞는다면 족보 오기 아닐까? 비오면 “‘陵(릉)’이 ‘墓(묘)’”자로 바뀌는 마술 같은 ‘김유신 장군묘’비가 있기야 하지만 ‘창씨’ 비도 이렇다는 말인가? 고산밤실 전주이씨 선대 정경택주 파평윤씨(성남시 여수동) 600년 오래된 묘비 ‘純忠(순충)’이냐 ‘推忠(추충)’이냐 시비있다. 종사 많이 했다고 자랑하는 사람 중 새 비 세우고 구비 묻어버림은 잘못된 관행이다. 조작한 내용 숨기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그대로 두는 게 정도이다. 새집 지어 이사할 때 부인 늙었다고 버리더냐? ‘거창창씨지묘’비 기계유씨에 게 욕될 게 없다. 비야 크던 작던 글 가운데 당사자나 그 자손 후덕하다는 이야기가 있다면 어느 높은 벼슬보다 훨씬 더 낫더라. 봉동 삼례 거사비를 볼 때마다 고산 주민들의 잇단 실수가 무척이나 아쉽더라.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09:5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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