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오목대 아래 물가 평상 놓고 뚝배기에 물고기 끓여내는 음식이 ‘오모가리탕’이다. 먹어봤고 남들 ‘오모가리탕’ 이라 하니 그 이름 그대로 쓸 뿐 어원을 따져 본적이 없는데 대보름 전날 전주 ㅈ신문 음식 전문기자의 전화를 받고 사전을 펼쳐보았다. ‘오모가리탕’이 없다. 다만 ‘오목(우묵)하다’, ‘오목렌스’, ‘오목면경’, ‘모목주발’은 있고 한자에 ‘오목할 요(凹)’가 있어 형태를 그려 보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그 뒤 여 기자 ‘이게 뉘 집 음식이냐?’는 물음에 정신이 번쩍 나 이리저리 더듬어 보니 짐작 가는 대목이 좀 있다. 정설까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우선 전주에 ‘가리내(楸川)’가 있고, 이 가리내와 연고 깊은 분이 이경동 추탄(楸灘:1438∼1494)이다. 이 어른 50넘어 큰 바위 아래서 낚시질을 즐겼는데 세내(三川:삼천)와 전주천이 만나는 팔복동 지금 추천대(楸川臺) 물가이었다. 조대‘(釣臺)’라 새겨진 바위 글씨가 있어 여러 모습이 떠오른다. 어르신 낚시에 고기 물리면 놓아주고 세 번째 걸린 놈(?)만 가져 와 요리하는데 워낙 적으니 솥에까지 갈 게 없어 작은 그릇에 끓인 것이 ‘오모가리탕’의 시원이란 가설이 가능하다. ‘오모가리탕’을 해석하면 뒤의 ‘가리’ 지명과 일치하며 이곳이 추탄 옛 마을이다. 고기 잡던 물이 ‘가리내’ ‘가리’ 설명이 풀렸고, 대사헌·참판 양반집 음식이지만 굳이 직명까지 붙일 필요가 없어 이 아무개 즉 “‘이모(李某)’가 가르내 물고기 탕을 좋아했다”. 이 긴 말이 언어습관상 정리돼 ‘이모 가리탕’이 되고, 이 ‘이모 가리탕’에서 ‘이(李)’는 “오얏 이”이므로 자연스레 ‘이’가 ‘오’로 넘어와 ‘오모가라탕’으로 변음된 것으로 보인다. 오목한 화롯불 위에 얹어 놓고 잡수시는 모습도 연상된다. 추탄 자손은 물고기 요리솜씨를 발휘해 500년 전래 음식이라 띄워보아라. 선농탕이 ‘설렁탕’이라 불리는 유래 있지 않나? 추탄 자손 찾아가 ‘탕’ 역사 칭송하면 공짜 밥에 칙사 대접 받을 것이다. “‘오모가리탕’은 전주이씨 추탄집(?) 시원 음식이다”. 맛좋은 전주음식 유래 하나가 풀린 셈이다. 전주 8미(味)에 ‘모래무지’가 들어 있고 물 길 도 있으니 음식 시원이라 믿으며 먹고 즐기면 그 맛 더욱 좋아질 것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10: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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