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도시 골목이나 시골 벽에는 더러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놓았다. 경상남도 봉화마을에서도 보았다. 어떤 젊은이는 길바닥에 밟힌 껌 자국에 예쁜 그림을 그리더라. 얼마 전까지 도시 큰길 골목 안 곳곳에는 ‘방요금지(放尿禁止:오줌 누지 마시오)’라 쓰고 잘 지켜지지 않으면 화가 나 가위 그림을 그려 놓았다. 짐작하겠지만 가위로 그 중요 부위를 잘라 버리겠다는 뜻이렸다. 그런데 요즘은 ‘가위 그림’ 보기 어렵다. 이는 국민의 도덕 수준이 높아진데다 자동차가 많아 걸어 다니는 사람이 적고 특히 ‘개방화장실제도’ 덕택이다. 관공서, 병원, 은행, 공공건물, 학교, 큰 빌딩마다 급한 사람을 소리 없이 받아드린다. 처음 착안한 분이나 허용하는 측의 미덕으로 바지에 오줌 누울 사람 사라지고 가위로 잘린 남자 역시 없어져 반가운 일로 ‘인권존중’ 문화향상의 미풍이다. 지금도 화장실에 자물쇠 채워 두는 곳 있기야 하지만, 전엔 거리마다 포장마차 많았고 인정이 넘쳐 2차 3차 마시고 비틀비틀 골목길에 접어들자 방광이 무거워 워낙 급하면 벽에 몸을 기대고 ‘에라!’ 시원하게 실례를 했던 것이다. 노상 젖어있는 벽과 땅바닥을 본 집 주인 오직했으면 가위그림까지 그려 놓았을까. 지금은 혼수품에 요강 놋대야 챙겨가지 않는다. 어느 효자는 요강을 안고 자다 부모가 찾으면 얼른 내드려 살갗을 차지 않게 했단다. 며느리는 아침마다 부모님 요강을 비우고 그 안을 싹싹 씻어 엎어두었다가 밤에 쓰시도록 매일 방안에 들여놓았다. 이 용기를 매화통, 마유(馬瘉), 측유(廁瘉), 야호(夜壺)라고도 불렀으며 재질로는 옹기에서부터 사기, 놋쇠, 금(金)요강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찾아간 선교사집에서 사탕을 꺼내주는데 용기가 요강이더란다. 이 여인은 한국 그릇 가게에서 변기인줄 모르고 예뻐 샀다는 것이다. 하여간 한 방에서 오줌 소리 정겹게 듣던 부부들이 거의 80 고개를 넘겨 조준이 어려워져 앉아 누어야할 남자 많다. 가위 그림이 그리워진다. 냄새나는 오줌은 약과이고 불편하게 바쳐 놓은 주차가 문제이다. 아직 망치 그림이 없어 다행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1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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