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의 전통적 장류를 말해보시오” 하면 누구를 막론하고 ‘고추장, 된장, 간장’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전통적인 맛을 내는 기초 조미료입니다. 여기에 청국장이 끼어듭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곧바로 일기예보를 참작하여 김장 준비를 합니다.
밭에 심어놓은 배추로 김장이 끝나면 남정네는 마당을 말끔하게 치우고, 아낙은 방에 들어가 머릿수건을 벗어놓으며 “아-하 이제 비가 내리고 눈이 와도 걱정 없다”하며 며칠을 푸~욱 쉬고 나면 다시 청국장 만들 준비를 합니다.
타작해 두었던 콩자루를 꺼내어 깨끗이 씻어 놓은 다음, 마당 한편에 걸어놓은 가마솥에 콩을 털어넣고 콩이 무를 때까지 장작불을 때면 콩이 푸욱 무릅니다.
이를 꺼내 절구통에 담아서 콩!콩! 소리가 나도록 찌어내어 넓직한 함지를 준비하여 얇지도 두텁지도 않게 다독거려 놓고 볏짚을 깨끗이 추린 다음, 몇 개를 꾸깃꾸깃 하게 만들어 드문드문 꽂아 놓고 담요와 이불을 덮어서 찬 공기가 새어들지 못하도록 해놓고 약 삼일정도 지나서 덮은 이불을 걷어내고 밥을 푸는 주걱으로 건드려보면 우유빛처럼 하-얀 실마리가 서로 엉키어 납니다.
이렇게 되면 청국장이 성숙된 증거입니다. 이를 알맞게 몇 개씩 뭉쳐 놓습니다.
청국장은 주로 찌개를 끓이는데 많이 사용됩니다.
이를 좋아하여 입맛을 돋우는데 마침입니다. 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청국장 맛도 구수하지만 그 내음 역시 구수하여 일품(一品)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흠이 있습니다. 구수한 내음이 방안에 퍼져나가면 옷자락 등에 베어서 홧대에 걸린 옷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내음이 잘 가시지 않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우스운 일화(逸話)가 있습니다.
어느 부인이 남편을 여의고 늙으신 시아버님을 모시고 몇몇 아이들을 거느리면서 어느 소도시에서 막노동을 하지 않는 사무직에 종사하면서 출퇴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그 시아버지가 현관문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서 머-언 산을 바라보면서 입맛을 다시고 있었습니다.
그 부인은 노인이 혼자라 외로워서인가 싶어서 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신경이 쓰여 아버님께 “왜 그러시느냐”고 여쭈어 보았습니다.
“아버님 무슨 사연이 있으세요”하고 물으니 “야-야! 청국장이 먹고 싶고나”하고 한숨 비슷하게 말씀하시더랍니다.
그래서 그 부인은 부랴부랴 청국장을 사다가 아이들과 같이 맛있게 끊여 먹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옆에서 일하는 직원이 코를 씰룩거리면서 “무엇 때문인지 그릿한 내음이 난다”고 하더랍니다.
그 부인은 그제서야 깨닫고 일요일을 택하여 옷을 세탁하는데 집의 세탁기는 너무 좁아 세탁소에 맡기여서 세탁하는데 애를 먹고 청국장 값의 수 십 배나 되는 세탁비가 들었다는 이러한 일화(逸話)가 있습니다.
요즘 대학가 일부에서 청국장을 연구한다는 TV방송을 시청하고 나서 청국장에 대한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기피 음식이 되어버리는 것 같은 우리의 전통 음식인 청국장에 대한 좀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길 기원해 봅니다.
/ 전우봉 (화산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