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이 봉동생강을 명품화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군은 올해 군비 등 총 사업비 3억원은 물론 매년 사업비를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1960대 후반까지 전국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했던 봉동생강은 연작에 따른 생산량 감소와 신규재배지의 급부상 등으로 1994년 정점을 찍은 뒤 매년 감소 추세라는 게 완주군 관계자의 설명.
해서 본보는 군의 봉동생강 명품화 사업추진과 발맞춰 봉동생강의 옛 명성 회복을 위한 방안에 대해 생강농가와 가공업체 대표 등 4인과 모처의 음식점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봉동생강의 명맥을 잇고 있는 이들은 봉동생강생산자연합회 임성모 회장과 완주생강연구회 김배옥 전회장 그리고 세운농산 김운회 대표로 봉동 생강의 대농(大農)이자, 전국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대상(大商)들이다.
수 십년을 봉동생강과 함께 웃고 울며 봉동생강의 자존심을 지켜온 그야말로 ‘생강의 명인’이라 칭해도 전혀 아깝지 않은 이들 3인이 지금이 ‘봉동생강의 위기이자 기회’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자 임성모 회장은 군의 봉동생강 명품화사업 추진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면서 “박스나 포대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 군의 비용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김배옥 전회장 역시 “박스에다 봉동생강을 쓰니 가격도 높게 받을 수 있고, 선물용으로도 많이 팔려나간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김운회 대표는 덧붙여 “봉동생강이라는 브랜드 이름을 포장에 써 넣어 봉동생강을 자꾸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근 봉동읍 둔산리에 수제 생강 과즐(전통한과를 총칭하는 의미)을 생산,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선 유경애 미소공주 대표도 자리를 함께 했다.
영양사로 보건소에 근무했던 유경애 대표는 “따뜻한 성질은 가진 생강에는 항산화 효소가 있어 우리 몸의 면역을 향상시키고, 혈액순환, 특히 암환자들에게 좋다”면서“봉동생강을 과즐로 만들어 소비자들의 건강은 물론 봉동생강의 우수성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축제 유치에 관한 의견도 나왔는데, 김운회 대표는 “봉동생강을 전국에 알리는 데는 축제만큼 좋은 것이 없다”면서“축제는 봉동생강의 소비촉진 외에 봉동의 브랜드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고증작업을 꼽았다.
특히 김배옥 회장은 “별도의 축제 유치보다는 봉동읍민의 날을 통해 봉동생강을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봉동생강의 유래나 역사를 고증해서 연극이나 뮤지컬로 만들어 행사 때 보여주면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봉동생강 명품화 추진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김운회 대표는 “여행자들은 그 지역을 가면 제일 먼저 박물관을 들른다. 봉동에도 생강굴, 재배법 등 변천사를 전시 해놓은 박물관 설립도 계획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에 임성모 회장은 “좋은 생각이다. 덧붙여서 봉동주민자치센터 앞에 생강모형탑을 만들어 생강명산지임을 알렸으면 한다”며 김운회 대표의 의견에 동의했다.
봉동생강 소비촉진에 무인판매기를 제안, 관심을 집중시켰다.
김배옥 회장은 “봉동 시장이나 주민자치센터 앞에 무인판매기를 설치해서 생강을 올려놓은 뒤 소비자들이 필요한 양만큼 가져가고, 돈도 거기에 맞춰 놓고 가도록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며“5천원단위나 적정한 가격 단위로 판매하면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강을 활용한 제품의 다양화도 가능할까?
유경애 대표는 “생강 특유의 독한 향을 음식의 특성에 맞게 조절해 주는 방법을 찾는 연구가 필요하다”면서“현재는 생강즙, 편강, 과즐 정도로 제품이 한정되어 있지만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자신했다.
이어 “날마다 먹는 커피에다 생강을 타서 먹어봤는데 맛은 조금 덜했지만 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정한 형식없이 자유롭게 음식을 나누며 토론회가 진행됐지만 토론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는 봉동생강의 현실을 염려하는 얘기들로 쌓여갔다.
김운회 대표는 “봉동이 서산이 뒤쳐진 이유는 대상이 적기 때문이다. 서산은 대농이 많다. 지금은 임성모 회장님이 시장을 많이 되찾아와 다행”이라며“봉동도 대상이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서산마늘의 예를 들면서 “서산은 생강 대농이 많기 때문에 생강외에 대농들에 의해 서산 마늘도 더불어 많이 팔린다. 봉동은 지금 생강밖에 없는데 다른 품목과 잘 연계해서 팔면 결국 농가 소득도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성모 회장은 “생강농사는 현재 60대 넘은 몇 명만이 크게 하고 있다. 우리 후배들이 생강농사를 이어야한다. 그래야 명맥을 이어 나갈 수 있다”면서“정부에서도 젊은 사람이 생강농사 지으면 지원이 뒤따라야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생강농사확대보다는 소비방법에 무게가 실렸다.
김운회 대표는 “명품화사업도 좋은데 생강이 과잉생산이 되면 다시 생강을 안심는다. 농민이 농사짓다 실패하고 다시 제자리 찾으려면 3년 걸린다. 자본 없으면 안된다”면서“명품화 사업이라고 해서 농가를 확대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배옥 회장도 “동의한다. 명품화사업은 생산 확대보다는 소비에 집중해서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며“행정에서도 이점을 잘 염두해 추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봉동생강 명품화사업 추진을 통해 봉동생강이 다시금 옛 명성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4인과의 이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