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고산미소 앞마당. 이곳을 지나다보면 대 여섯 평 남짓 천막 아래 웬만한 백화점 부럽지 않을 정도로 각종 야채와 채소, 곡식, 과일 등을 빼곡하게 차려놓고 손님을 맞는 젊은 부부를 만날 수 있다. 결혼 한 지 1년 됐다는 김한수(38)·보홍다오(22)부부의 가게를 지난 20일 찾아 좌충우돌 한국문화 적응기를 들어봤다. 마침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도 함께 자리해 이야기를 거들었다. 부부의 결혼 날짜는 지난해 완주와일드푸드축제 첫날인 9월 28일. 기억하기 쉽다. 고산면 원산마을이 고향인 김한수씨는 김종영(68)·서금순(61)씨의 3형제 중 첫째로, 학창시절 공부를 잘하고, 동생들 뒷바라지도 다 할 정도로 듬직하고 야무졌다. 하지만 부친의 교통사고로 꿈을 접어야 했고, 지금은 아버지와 함께 소도 키우고 열 마지기 규모의 농사를 짖고 있다. 보홍다오씨는 베트남이 고향이다. 담배, 술을 입에 대지 않는 남편의 착한 모습에 반해 결혼을 결심했단다. 한국에 시집와 시어머니,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 싫은 내색 한 번 한적 없다면서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우리 며느리는 착해요. 베트남 엄마, 아빠가 행복해야 자기도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그뿐 아니라 시부모가 수저 들기 전에는 절대 수저 들지 않아요. 예의도 바릅니다.” 시어머니의 며느리 자랑이 이어졌다. 사실 시어머니는 보홍다오씨가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잘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옆에서 잘 가르쳐준 선생님이다. “한글교실도 보내고, 시간나면 전주시장에도 들러 물건도 사고, 또 일하고 싶다고 해서 일자리도 알아봐 줬어요.” 베트남 부모님께 돈 많이 벌어 보내겠다면서 두 달 동안 무 공장에도 다녀봤지만 약값이 더 들 것 같아 결국 시어머니가 만류했다. 이렇듯 시어머니는 보홍다오씨의 통역관이자 매니저나 다름없다. “시어머니와 맨날 싸워, 그런데 잘 살아요. 시아버지, 나 많이 사랑해줘요. 맛있는 것도 많이 사줘요. 아들 안 사주고 며느리 사줘요.”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에 대해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순간 웃음이 빵 터졌다. 보홍다오씨는 ‘행복바이러스’ 다. 몇 개월 전부터 보홍다오씨는 가게에 나와 시부모님 일을 도와주고 월급을 받고 있다. 문제는 가격표에 적혀진 대로 물건 값을 다 받는다는 것. 에누리 없다. 때문에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기 일쑤란다. “아직 장사는 유치원생이에요. 한번 부르면 그 가격 받고, 덜 주면 물건을 덜어 내요. 얼마 전 시아버지가 6천원 깎았다고 혼내더라고요.” 깐깐한 보홍다오씨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돈 많이 벌어 뱃속에 있는 ‘거북이(태명)’가 태어나면 남편과 함께 베트남에서 돌잔치를 하고 싶어서다.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 시어머니에게 반말하다 야단이라도 맞으면 곧바로 ‘왜 우리 딸 건드느냐?’며 보디가드 역할을 해주는 시아버지, 인형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매일 인형을 선물하는 남편이 있어 든든한 보홍다오씨는 이래저래 행복한 사람이다.
최종편집: 2025-08-13 1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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