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 후 70년이라면 근 80살인데, 공부·살림·직장생활·사회활동… 지난날을 두고 허망함을 느껴 본적 없습니까?
△공부 잘할 걸 △그 물건 사둘 걸 △어머니 팔 밭 파실 때 사이다 한 병 사다 드리는 건데 △조카 만원 한 장 못 빼줬고 △아내와 외식 한 번 못 하다니 △그 때 왜 참지 못 했나 △애들 책 더 들려주는 건데 △구경 갈 때 왜 빠졌나 △어찌 말 한 마디 못하고… 이런 후회 없나요.
식구와 마주앉아 차 잔 앞에 놓고, 친구와 술 한 잔 마시며 솔직하게 속마음 털어 보았습니까.
시간 더 지나가면 들어줄 사람조차 줄어들어 이마저 없어 한이 됩니다.
사실을 인정하며 고백함이 진정한 삶이요, 순리입니다.
아쉬웠던 사건일수록 듣는 이에겐 값진 교훈이 됩니다.
침을 튕기며 자랑은 잘 하나 진심을 들어 내지 않는 목석같은 사람 주변에 많습니다.
마음 구석구석에 깔려있는 아쉬움을 풀어놓는 용기가 열린 마음입니다.
‘지난 일 말해 무엇 하나!’ 이렇게 접어두면 병나고 이 역시 곧바로 응어리가 됩니다.
△비료 친 논물 빼간 실수 △공밥만 얻어먹는 알부자의 몰염치 △조강지처 몰라주는 도도한 남편 △남의 것에 손댄 버르장머리를 보셨지요?
부끄러운 고백거리를 입 다물고 감춘 채 80~90년 장수하면 무슨 낙입니까. 후회도 경험이요 값진 이력입니다.
“사는 게 다 이랬다.” 이렇게 비워 버리는 결심이 곧 행동하는 양심입니다.
유독 ‘저만 옳다’ 떼쓰는 사람 조심해야 합니다. 정치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시행착오 무지했음을 이실직고하며 권모술수도 털어놓아야 거물입니다.
손가락 깨물며 진정성을 보여줘야 나라와 역사가 바로 섭니다.
실토하고 후회하는 감성이 인간의 최고 가치입니다.
성장한 자녀에게 “니들 이만큼 된 건 오로지 ‘엄마 공덕’인 줄 알라.” 이런 부친 훌륭한 가장 아닐까요?
백성 구하려고 무릎 꿇은 선구자 모습입니다.
가려진 음지에서 벗어나 속삭이는 위대한 선언이 바로 고백입니다.
‘세상 나를 버리고 찾지 않을 지라도 원망하지 말며(世棄不尋莫怨望)’ 허물을 실토하는 진솔한 기상을 보여 줍시다.
고집은 고집으로 망합니다. 내일은 상강 계절을 닮아 갑시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