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에 ‘완주군 경천면 경가천길 146번지’를 찍고 핸들을 돌려 부지런히 달려가 다보니 둑방길 옆 대승농장(대표 송명운)에 도착했다. 넓디넓은 농장에는 알알이 영근 대추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빼곡이 심겨진 대추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보니 송명운(58)대표가 대추농사를 짓는 법에 대해 열띤 강의를 펼치고 있었다. 수강생들은 전국 각 지역 산림조합 산림경영지도원들이란다. ‘대추농사의 달인’이라 불릴 정도로 30년 넘게 대추와 함께 했으니, 이런 풍경이 그에게는 몸에 밴 듯 산림경영지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당황한 기색 없이 여유롭게 답했다. 송명운 교수(?)의 멋진 강의에 박수로 화답하고 서둘러 떠나는 산림경영지도원들의 발걸음이 청명한 가을 하늘처럼 가벼워 보였다. 물 한 컵 들이 킬 수 있는 시간만 허락하고 곧장 인터뷰를 시작했다. 3천여평 규모의 대추농사를 짓는 송 대표. 대추로 유명한 경천에서 이 정도 규모면 손가락 안에 든단다. 대추 외에 복분자, 감 농사를 짓기는 하지만 역시 완주의 8품 중 하나인 대추농사가 주업이다. “금년 대추농사는 제가 농사지은 이래 최고 풍년입니다. 아마도 이런 해는 앞으로 오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 대추 수확량은 약 3톤, 하지만 올 해는 15톤가량 수확이 예상된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대추가 풍년인 이유를 물었다. “대추는 꽃 필 때 비가 자주 내리면 안 되는데 올해는 비가 오지 않았어요. 대추가 잘 될 수밖에 없는 기가 막힌 날씨 때문에 풍년이 들었죠.” 풍년이기에 기분은 좋지만 가격은 되레 내려가기 때문에 걱정이라니 ‘행복한 고민’이라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다. “1kg당 1만 5천원이던 생대추 가격이 1만원으로 판매되고 있어요. 그렇게라도 다 팔 수 있다면 좋은 데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송 대표에게 그래도 희망이 되는 것은 요즘 젊은 층들의 생대추 소비가 늘고 있다는 것. “생대추를 사과나 배처럼 과일로 많이 먹고 있어요. 대추에 해열이나 근육통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소개돼 실제로도 부산이나 광주, 서울 등 대도시에서 주문이 많이 옵니다.” 전국에 소문난 ‘천혜귀감’이라는 브랜드로 대추농사를 지어 제법 많은 소득을 올릴 것 같은 그에게도 요즘 고민거리가 생겼다. “완주의 8품 중 하나인 경천 대추의 명맥이 사라지고 있어요. 경천 대추의 전통이 무너지고 있다는 거에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송 대표의 고민거리는 곧 바람으로 귀결된다. “사라져 가는 경천대추의 명맥을 반드시 되찾고 싶은 게 저의 꿈입니다. 물론 지금은 농가가 조금씩 늘고 있기 때문에 안심은 되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죠.” 대추를 지독하게 사랑하는 남자 ‘송명운 대표’. 그의 바람처럼 경천대추가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대승농장 송명운 대표와의 인터뷰를 마친다.
최종편집: 2025-08-13 10: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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