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달콤한 꿈나라로 여행하고 있을 새벽 3시. 봉동읍사무소 환경미화원 전승명(44)씨의 하루가 시작된다.
시계 알람도 필요 없을 만큼 오랜 시간 동안 몸에 밴 습관이 그의 잠을 깨운다.
주섬주섬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집밖을 나서자, 매서운 찬바람이 옷속으로 깊이 파고든다. 다시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차에 오른다.
새벽 3시 50분,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하나, 둘씩 봉동읍사무소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새벽 4시, 커피 한 잔으로 언 몸을 잠시나마 녹이고, 곧 전씨는 자신이 맡고 있는 구역으로 이동, 하룻 새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등 본격적인 일과를 시작했다.
아침 7시가 돼서야 청소 작업이 마무리 됐다. 일하느라 온 몸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지만 ‘기분만큼은 상쾌하다’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전승명씨.
갑오년 새해를 맞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때론 사고의 위험 속에서도 묵묵히 완주의 깨끗한 환경 가꾸기에 구슬땀을 흘리는 전씨를 만났다.
굴삭기 등 자격증과 면허증만 무려 16개에다, 한때 택시, 용달차, 화물차, 구급차까지 화려한 운전 경험, PC방 운영까지, 심지어 군대 입대 전까지 타자 강사로도 활약했을 정도로 지나온 삶이 화려했다.
2004년 7월 1일, 그는 사업을 정리하고 봉동읍사무소 환경미화원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올해로 10년째 ‘봉동읍의 환경지킴이’로 일하고 있는 전씨는 봉동읍사무소 직원들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울 정도로 칭찬이 자자하다.
“자신의 일 외에도 관내 크고 작은 행사에까지 관심을 갖고 협조하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매사 적극적으로 나서다 보니 직원들이나 주민들도 좋아하고 많은 신뢰를 얻고 있어요.”
봉동읍사무소 이승창 부읍장이 한 마디 거들었다.
전씨는 새벽 근무가 끝나면 읍사무소에서 민원업무를 맡아 본다.
물론 민원인들이 불만을 품고 큰 소리 치는 법이 없을 정도로 일처리가 꼼꼼하다.
“얼마 전 도로에 고라니가 죽어 있어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는 민원인의 급한 전화를 받고나서 사체를 처리하고, 현장 사진을 찍어 보내 주면서 ‘봉동읍에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문자도 함께 보내 줬는데, ‘처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고 하셨습니다’라는 답장을 보내주더군요.”
전씨는 휴대폰을 꺼내 들며 최근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 “환경미화원으로서 보람되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위급한 상황이라면 국도와 지방도 상관없이 제 몸이 조금 힘들어도 처리해야죠.”
그가 지금까지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면서 인정받는 이유다.
올해부터 반장을 맡아 더욱 어깨가 무겁다는 전승명씨.
책임감과 자긍심을 갖고 수동적이기 보다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봉동읍 환경미화원을 이끌고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새벽에 일찍 나가다 보니 자녀들과 아침 식사 한 번 못해 늘 미안하죠. 올해는 가족들도 챙기고 여유가 된다면 부동산 경영학 공부도 하고 싶어요.”
봉동의 새벽을 여는 전승명씨의 새해 소원을 들으며 인터뷰를 마치니 어느새 동이 터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