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완주군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용진, 효자동, 구이 등 3곳이 있다.
매장당 1일 평균 방문객은 1000명, 연 100만명이 매장을 찾고 있다. 매장당 1일 평균 매출은 2000만원, 총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월급 받는 농부는 1000농가이며, 농가당 월평균 150만원의 소득이 발생되고 있다.
얼굴 있는 먹거리 ‘로컬푸드’를 만난 후 소농, 고령농, 여성농들이 자신의 역할을 찾고, 자존감을 회복해 이제는 한 숨 짓던 얼굴에서 희망이 담긴 미소가 피어나고 있다.
지난 8일 쌀쌀한 공기를 가르며 모악산자락에 위치한 ‘완주 로컬푸드 꽃’이라 불리는 구이면 모악 해피스테이션을 방문, 월급 장이 농부들의 아침을 스케치 했다.
오전 7시, 직매장 진열대는 아직 빈곳이 많았다. 15분이 지나자 생산농가들이 하나, 둘씩 매장에 들어섰다. 부인 박희자(62)씨를 대신해 왔다는 이국영(70)씨가 포장 라벨 작업을 마치고 진열대 앞에서 쌈배추를 정리하고 있었다.
어르신은 요즘 매장에 납품할 배추, 시금치, 상추, 쌈배추 농사에 쉴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단다. 돈 버는 재미에 건강도 덤으로 얻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원기리 상학마을 김양순(57)씨도 포장한 무를 진열대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있었다. 전에는 집에서 가족들이 먹을 만큼만 농사짓다가 이곳 매장이 들어서면서 규모를 늘렸다. 통장에 돈이 차곡차곡 쌓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올해 일흔 살인 박택순 어르신. 상자에서 꺼낸 넝쿨콩을 보기 좋게 정리하며 한 마디 던졌다. “전에는 남부시장에 내다 팔았는디, 제 값도 못 받았어. 매장이 생긴 다음에는 남부시장 안가고 여기다 내 놓고 팔어. 남는 돈이 많아서 좋아.”
표고버섯을 한 아름 들고 들어오는 원기리 김홍식(53)씨. 도소매만 하다 보니 남는 것도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돼 있어 농사지을 맛 난다고 말했다.
고추, 호박 등 20여 가지를 효자동과 이곳에 납품한다는 이정찬(50)씨. 이웃과 나눠먹을 정도로 작게 농사지었지만 4월부터 직매장을 통해 400만원 넘게 벌어 힘든 줄 모르고 농사짓는 다며, 소농들에게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준 완주군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오렌지색 점퍼를 입고 매장에 들어서는 구이 광곡 난산마을에 사는 김정례(58)씨는 2층 농가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대파, 쪽파, 가지 등을 판매한다. 무엇보다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생겨서 기쁘단다.
떡 방앗간을 운영하는 황병용(59)씨가 노란상자에 담아온 가래떡, 인절미를 가지고 들어왔다. “용진농협, 효자동 직매장에도 납품하다보니 하루 24시간이 부족해요.” 수입이 늘고,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하니 부지런해졌다는 그는 “로컬푸드가 소농들에게 희망의 끈”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7시 40분, 이서면 금평리에서 온 이영대(68)씨가 팔 물건을 들고 진열대 앞에 섰다. “감자, 현미, 찹쌀을 새마을 시장에다 납품했는데 거의 값은 반토막이고 몸은 힘들었어요. 직매장이 생기고 나서 10% 수수료만 제하고 나면 다 내 몫이니 지금은 남는 게 많아서 농사지을 만합니다.”
토란, 상추 농사를 짓는 구이 원두현 이창영(68)씨도 인사를 건네며 한마디 던졌다. “내 이름을 붙인 물건을 내 마음대로 가격 정해서 손님들이 사가는 것을 보면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요. 살 맛 납니다.”
구이면 항가리 안영무(76)씨. 비닐하우스 100평에 양배추 심어 이곳에 내다 팔고 있다. “통장에 돈이 쌓여 목돈을 만질 수 있어 좋지. 손주들 용돈도 주고, 친구들과 소주 한 잔 하고, 이게 사는 맛이지.”
최양애(74)씨는 구이 신전마을에 산다. 정성껏 재배한 고추를 진열대 정리하며 “늙은이가 뭘로 돈 벌어? 이거 하나 생겨서 좋지. 신문, 방송에 얼굴도 나오고, 연예인이 된 것 같어.”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새벽에 남부시장에 팔았는데 지금은 가깝고 편해 언제든 물건을 가져다 놓고 팔 수 있어 좋아요.” 백여리에 사는 강춘규(52)씨는 1기 교육생으로 일본에 다녀온 경험이 큰 도움 되고 있단다.
올해 나이 일흔 두 살인 이대신씨는 구이 원두현에서 청양고추와 양배추를 재배한다. “우리 같은 늙은이가 뭘 해? 여기다 내다 팔어서 용돈도 벌고...재미있어. 건강해지고.”
이렇듯 월급 받는 농부들의 얼굴에서 농촌의 희망이 그려진다. 2013년 11월 8일 완주군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