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문화예술촌에 있는 문화공간들은 각각의 가지고 있는 색깔이 짙고 선명하다.
때문에 부조화라는 생각이 언뜻 들지 모르지만 한번 지나고 나면 공간 나름대로의 조화가 머릿속에 깊게 심어진다.
이번 탐방은 흑백 필름 속에 저장된 어릴 적 기억들을 하나하나 꺼내 볼 수 있는 ‘나무’이야기가 담겨진 삼례예술촌 내 김상림 목공소로 떠나본다.
상호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의 주인은 김상림(金相林)씨다. 이름에 ‘나무 목(木)’자가 3개가 들어가 있으니 목공소 주인이란 직업은 그의 타고난 운명이다.
어릴 때부터 목수의 대패질이 신기해 매일 친구들과 따라했던 게 성인이 돼서 그의 꿈이 되고, 직업이 됐다.
“한 때 사진에 매료돼 사진을 찍어 인근 액자집에 맡겼는데 맘에 들지 않게 해줘서 내가 한번 해보기로 결심했죠.”
곧장 서울에서 제일 액자를 잘한다는 가게를 찾아 낮에 점심 한 끼 얻어먹고, 무보수로 1년 반 동안 액자를 배웠다. 오로지 기술을 배운다는 일념만으로 야근을 밥 먹듯이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런 피나는 노력으로 30대 초반, 서울 인사동에다 ‘못과 망치’라는 목공소를 운영하게 된다.
그림 그리는 작가들이 즐비한 인사동은 그에게 있어 텃밭이었다. 전시회를 여는 작가들은 그에게 찾아와 액자를 주문했다. 작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의 목공소에는 액자 제작을 원하는 작가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수입도 덩달아 올랐다.
처음 문 열고 나서 속성으로 배운 기술 탓에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고객들과의 신뢰만큼은 목숨같이 여겨 절대 깨뜨리지 않았단다.
“전시장 문을 닫으면 곧바로 문을 열고 문제의 액자를 잡고 밤새도록 작업을 해서 원위치 시켜놓으면 다음날 작가들이 보고 좋아했어요.”
이 무렵, 문화재보호재단에서 운영하는 건축학교에서 1년 과정 연구반을 수료한 뒤 독자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무를 구해 건조하고 소목작업을 했어요.”
김대표는 이후 조선시대 소품가구를 재현하는 작업을 하고, 그 기본을 가지고 현대 주거공간에 맞는 디자인을 재해석하는데 관심을 기울였다.
“옛날 조선시대 가구는 가구대로 멋이 있고, 현대에 맞게 디자인 작업을 한 것도 나름 멋있죠. 단 옛것을 거스리지 않는 마음으로 그 바탕위에 작업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김상림’이란 이름의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러기에 나무가 가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절대 소홀히하지 않는다.
“저는 실제 나무의 물성을 존중하고 그대로 살려주자는 생각이 큽니다. 아무리 사람이 인위적으로 느낌을 만들어도 원래 나무가 갖고 있는 선이나 느낌을 만들 수는 없죠.”
자신의 작품을 좋아하고 구입해주는 많은 컬렉터를 확보하고 있고, 개인전을 열정도로 인사동에서 유명세를 탄 김대표지만 자신이 제작한 가구를 작품이 아닌 ‘생활가구’라고 그냥 불러달라는 소박한 모습도 엿보인다.
그는 작업하는 동안은 철저히 혼자다. “성직자의 수도생활과 같죠. 인내와 끈기, 노력 없이는 좋은 작업을 이뤄낼 수 없죠. 의외로 요즘 현대인들 가운데는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아요. 혼자 있는 시간도 인생에서 필요하다고 봐요.”
김상림대표는 목수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3년 과정반, 현장체험반, 취미반으로 나눠 운영하는데 앞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고 싶단다.
“완주에 뿌리를 내린 만큼 제 가구에 완주의 색깔을 담아 낼 겁니다.” 김상림목공소에는 오늘도 망치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