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져 봐도 돼요?” “그럼 되지” “돈 내야 돼요?” “아니 공짜야, 껴안고 사진 찍어도 돼.” “젖 짜먹어도 돼요?” “응 괜찮은데 네 입으로 빨아 마셔야 돼.” “예, 염소젖을 직접 빨아 마시라고요? 우~웩” “그런데 얘들아, 얘네들은 염소가 아니란다. 인간들이 젖을 이용하려고 기르는 유산양들 이란다” 완주와일드푸드 축제 동물농장 코너에서 유산양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이 고맙기만 하다. 완주와일드푸드 축제가 열리기 몇 주 전 완주군의 축제 관계자로부터 내가 기르고 있는 유산양들을 이번 축제에 참가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순간 내가 기르고 있는 유산양들은 원숭이처럼 묘기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뭘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며 망설였다. 그러나 이번 축제에는 개, 돼지, 닭, 토끼 등등 여러 가지 동물들을 볼 수 있는 동물농장 코너를 개설한다는 관계자의 말에 용기를 얻어 걱정 반 근심 반 심정으로 동참하기로 결심했다. 막상 축제에 참가해서 아이들이 관심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나의 걱정들은 기우(杞憂)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유산양들이 축제장에서 조금이라도 잘 보이게 하려는 마음으로 방울을 구입해서 어린양 목에 걸어주었다. 사람을 잘 따르는 유산양을 무서워하며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도 있었고 유산양이 제일 싫어하는 뿔을 만지다가 뿔로 불의의 일격을 당하는 개구쟁이 녀석도 있었다. 어린아이들이 유산양을 어루만지는 모습을 기념사진으로 남겨두려는 젊은 엄마 아빠의 모습들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한 아이는 “자넨종 유산양이네”하며 유산양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자넨은 어디에 있는 도시인가 아는가?”라는 나의 질문에 “스위스에 있습니다.”라고 대답해 나를 두 번 놀라게 했다. 그날 저녁 나는 책과 인터넷을 뒤지며 유산양에 관한 안내문을 만들어 다음날부터 유산양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완주와일드푸드 축제는 화산면의 불로 달구어진 돌의 열기로 감자를 익혀먹는 “감자삼굿” 운주면의 대나무 통속에 삼겹살이 들어있는 “대통구이” 이서면의 “황토진흙닭구이” 구이면의 “개구리튀김” 비봉면의 “모시 잎 개떡” 등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우리지역 옛 먹거리들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메뚜기 잡기 체험, 미꾸라지잡기체험, 송어잡기체험, 유산양 젖짜기 체험 등등 우리민족 전통 놀이와 풍습 등을 체험해볼 수 있는 체험 천국 축제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금년 5월 완주와일드푸드 축제 추진위원들과 함께 일본에서 가장 큰 축제인 “간다마쯔리(神田祭)”에 다녀왔다. 간다마쯔리라는 축제는 역사상 한국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토요토미히데요시(豊臣秀吉)가 일본 전국을 통일하고 임진왜란을 일으켜 모든 영주들을 조선의 전쟁터로 내몰 때 도쿠가와이에야스(德川家康)는 자신의 구역이 평정되지 않았다는 구실로 유일하게 일본에 남아 군사력을 비축했다. 토요토시히데요시가 임진왜란 중에 사망하고 일본 전국이 혼란에 빠졌을 때 도쿠가와이에야스 군대는 세끼가하라 전투에서 승리하며 일본을 통일하고 에도시대의 막을 열었다. 이 세끼가하라 전투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열리는 축제는 40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온다. 108개 마을에서 200여개의 오미고시(한국의가마모양)를 십여 명이 어깨에 짊어지고 “왓쑈이 왓쑈이”를 외치며 행진하는 모습은 축제의 분위기를 최고조로 달하게 한다. 그러나 한국인인 나에게 가장 부러운 점은 일본 최대 규모인 이 축제를 행정의 도움 없이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이제 완주와일드푸드 축제도 3회째를 맞이하여 우리 조상들이 즐겼던 옛 추억의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천렵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거리들로 넘쳐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회 축제에서 발생했던 주차문제의 혼잡함은 찾아볼 수 없고 음식을 장만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완주군민들의 태도 또한 흠잡을 곳이 없다. 다만 옥의티라면 이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주체가 대부분 행정에 치우쳐있다는 점이다. 완주와일드푸드축제의 기획과 진행이 서서히 완주군 13개 읍면의 주민들의 손으로 이전되어 본 축제의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주춧돌을 쌓아보면 어떠할까? /기고=이성식 (010-6358-6699)
최종편집: 2025-08-14 03: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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