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민투표는 완주군민들의 의사로 부결 처리되었다. 완주군민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독자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방향을 선택하였다. 완주와 전주 통합의 문제는 옳고 그름을 떠나 전북과 전주의 입장에서는 오랜 숙원 사업이었음에 틀림없다. 과거 20-30년 전에 타 지역의 도청소재지들은 부분 또는 전체 인접지역과의 통합을 이루어 거점 도시들을 형성하였다. 유독 충북과 전북은 통합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광주와 대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것은 지역 정치권의 힘이 미진하고 중앙만 바라보며 분열로 세월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제 때를 놓친 통합 문제가 민선 시대에 재추진 되었지만 완주군민들의 현실 인식의 차이, 또한 통합보다는 독자 생존,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가치 등과 선출직 단체장과 의회의원이 있는 조건, 인구의 유출로 인한 복합 국회의원선거구의 등장으로 기득권화한 국회의원과 정당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발목이 잡혀 통합은 논의만 무성할 뿐 제대로 진전될 수 없었다. 이번 통합논의는 과거와는 다르게 완주단체장의 동의, 초기에는 최규성 의원도 반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북도의 측면 지원 아래 완주 전주 상생사업의 추진과 함께 시작되었다. 과거의 예를 보면 애당초 행정구역 통합은 지역주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지역구 국회의원이 반대하면 통합 주민투표가 찬성으로 의결되어도 통합은 없던 일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이 주민투표까지 갈수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완주군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읽어내지 못한 것은 임정엽 군수의 실책이라 할 수 있다. 완주에서의 군정성과로 인해 주민들의 입장을 너무도 쉽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고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완주지역의 주민들과 완주지역의 정치 입지자들, 민주당 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통합은 없던 일이 된 것이다. 이제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완주군과 전주시는 통합 과정에서 이미 집행되거나 약속된 사항들에 대해 차분하게 원점으로 돌릴 것은 돌리고 지속할 것은 계속해야 한다. 비록 행정 통합은 불발로 끝났지만 주민 통합적 관점에서 전주와 완주에 산적한 공동의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완주가 앞장서서 전주 시민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야 할 때이다. 또한 주민투표 과정에서의 상처와 분란을 잠재우고 완주군민의 결집된 힘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지금까지 임정엽 군수 체제의 완주군은 과거 민선 자치단체장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과거에는 전주를 둘러 싸고 있으며 넓은 부지를 가지고 있다는 조건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공장의 집적 이외에는 별다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임정엽 군수 1기를 지나 2기를 맞이하면서 1기 때부터 추진되었던 다양한 아이디어와 창조성에 기초한 지역발전 전략과 더불어 주민들과 함께 추진되었던 사업들이 서서히 성과를 내오기 시작하고 있다. 토목건설 중심의 국책연구소가 아니라 희망제작소를 비롯한 새로운 민간연구단체와 더불어 선진적인 소도시 발전전략들이 차용되어 원칙을 가지고 철저한 교육과 훈련, 준비를 바탕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된 결과 나타난 성과이기에 의미가 큰 것이다. 주민역동성에 기반 한 마을 가꾸기 사업을 비롯하여 로컬 푸드에 이르기까지 지역 주민 스스로의 힘을 구축하여 이를 토대로 작지만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업들을 통해 완주의 저력을 보여 주었다. 이것은 과거 무주군과 진안군 등의 실험이 국책 사업을 비롯한 토목건설 중심의 발전전략을 주로 하였다면 완주는 창조적인 지역 발전 전략을 주요한 축으로 하여 발전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농협이 수 십 년 동안 해내지 못했던 일이다. 여타 지역에서 대부분의 신활력 사업이 형식적으로 진행될 때 완주는 안덕 파워빌리지를 비롯하여 맞춤형 발전전략을 토대로 조금씩 진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순수한 농업 예산이 20%가 넘는 유일한 지자체로서 완주는 확실히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완주의 상황이 더욱 성숙하기 위해서는 완주군과 군민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전주시민들과 전북의 적극적인 협조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임정엽 군수도 남은 임기 동안 완주뿐만 아니라 전주와 전북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길에 분투하고 주민의 뜻에 맞는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한다.
최종편집: 2025-08-14 03: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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